[대해부] |
단월드 성공한 문화기업, 세계적인 정신지도자…의혹으로 얼룩진 홍익인간 이화세계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
● 전직 단월드 지도자 27명 손해배상 청구 소송 ● 소송 제기된 5월20일은 ‘제2의 역천일’…“단식하고 죽비로 머리 때렸다” ● 단월드측, “육하원칙에 맞지 않는 소송…거짓 입증할 충분한 자료 가지고 있다” ● 이승헌 총장, “6개월간 통일교 공부, 일화생수 대리점 하다 집 한 채 날렸다” ● 제자들에 다 물려줬다?…수백억 로열티 받는 ‘BR컨설팅’은 이 총장 가족기업 ● 고액의 스승면담 프로그램, 천광인제 5000만원, 신명의례 1억원 ● 이 총장 제자가 세운 선불교, 대선사 취임한 교주 ‘만월’은 단월드 1급 지도자 ● “이 총장은 영적인 부모이자 천지기운의 실체이며 三寶의 중심” ● 이 총장, “단월드 회원관리를 도와주기 위해 만든 것이 선불교” ● 단월드측, “이 총장은 정당한 방법으로 수입 창출, 제자와 비전사업에 쓰고 있다” |
이런 이 총장이 비로소 깨달음에 눈을 뜬 때는 1980년이다. 단월드 측에 따르면, 이 총장은 1980년 7월15일 부인인 심정숙씨의 고향집 뒷산인 전주 모악산에서 ‘대통천(大通天)’을 이뤘다. 21일간 죽음을 넘나드는 고행을 한 끝에 얻은 깨달음. 하늘을 향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던 이 총장은 어느새 ‘하늘이 곧 자기 자신’임을 깨달았고 ‘천지기운 내 기운, 내 기운 천지기운, 천지마음 내 마음, 내 마음 천지마음’이라는 하늘의 답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 총장은 천지의 주인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얼마 뒤인 8월8일, 이 총장은 한인-한웅-단군으로 이어져오다 47대 단군 이후 끊어졌던 선도의 법통을 잇는 ‘대각(大覺)’을 이룬다. 이날은 이 총장이 인간 완성의 법을 세상에 알려 인류를 구원할 사명을 받은 날로 되어 있다.
깨달음을 얻은 이 총장이 처음 단학을 보급한 곳은 안양 충현탑 공원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중풍 환자 한 명을 상대로 처음 수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8명의 제자를 만났다. 이 총장은 이 8명의 제자를 데리고 관악산에 올라 사제의 의식을 치른 뒤 ‘정단회’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이후 이 8명은 이 총장을 평생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다짐하며 각자 100만원씩을 평생회비조로 냈는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25평 규모의 ‘단학선원’ 1호점은 그 돈으로 만들어졌다. 1985년의 일이었다.
일지문중
이 총장이 깨달음을 얻은 날은 단월드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 깨달음을 얻은 ‘대통천일(7월15일)’과 하늘의 사명을 받은 ‘대각일(8월8일)’이 되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단월드 지도자들은 일제히 이 총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올린다. 이를 위해 단월드 지도자 교육용으로 쓰이는 인터넷 사이트 ‘HSP스쿨’에는 감사편지를 올릴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된다.
“HSP스쿨 학생 여러분은 대각일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시고, 스승님께 대각일을 경하드리는 편지를 올리시기 바랍니다.”
제자들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글을 의무적으로 올려야 한다. 편지를 올리지 않는 제자에게는 본사 차원에서 경고가 주어진다고 한다. 한 단월드 지도자는 “경고가 누적되면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올해 제자들이 보낸 편지들을 살펴보니 이런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스승님, 순종의 3배를 올립니다. 스승님과 뇌통합이 무엇을 말하는지….”
“스승님의 뇌와 통합하여 비전과 하나 되겠습니다.”
정신문화기업으로 성장한 단월드에서 이 총장은 절대자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총장의 말은 곧 법이고 원리이며 경영방침이 된다. 인터넷 사이트 ‘HSP스쿨’에 게재되어 있는 ‘스승강천’에 따르면 스승(이 총장)은 원리의 실체이며 영적인 부모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지식이 아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주며 영적인 관계를 맺는다. 스승은 평가의 대상도 분별의 대상도 아니며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오로지 절대적인 믿음과 순종만이 있을 뿐이다. 단월드에서는 지도자들에게 “스승은 본성의 자리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참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승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져야 하고 개인의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되어 있다.
단월드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인 세 가지 보물, 즉 ‘삼보(三寶)’의 중심도 스승이다. 삼보는 흔히 삼위일체라고도 불리는데 ‘법과 원리, 비전 그리고 스승’을 지칭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법과 원리는 조직의 운영시스템, 비전은 조직의 목표, 스승은 이 총장을 뜻한다. 이 총장과 단월드 측은 법과 원리, 비전이 모두 스승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실천하지 않는 비전과 원리는 비전도 아니고 원리도 아니다. 스승이 없는 원리와 비전은 완전하지 않다. 스승은 바로 비전과 원리를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스승, 원리, 비전 이 세 가지는 결국은 하나인데 그것은 바로 스승이다.”(2007년 12월4일 강천 중에서)
단월드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일지문중’이다. 말 그대로 스승인 이 총장을 중심으로 제자들이 가문을 이룬다는 뜻. 일지문중의 제자가 된 사람들은 모두 총 7항으로 되어 있는 ‘일지문중 입문선서’라는 것을 외우고 따라야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일지문중의 법’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지 문중의 제자는 일지 문중의 명예를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일지 문중의 제자는 삶의 목적을 성통공완에 두며 이상인간 한세계 구현에 신명을 바친다.
-일지문중의 제자는 문중의 명을 하늘의 뜻으로 알아 생사를 초월하여 실행한다.
-일지문중의 제자는 한번 입문하면 영원한 제자이며 공이 있으면 그 영광을 문중에 돌리고 실책이 있으면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아 철저히 반성한다.
1998년 발행된 단월드 지도자 교육용 자료인 한원리강천집(중급편)에 따르면 일지문중의 최초 연원은 하나님, 즉 조화주다. 이 조화주로부터 한의 법이 내려왔는데 그것이 한인할아버지, 한웅할아버지, 단군할아버지를 거쳐 이 총장에게 이어졌고 이 총장은 이것을 자신의 제자인 단월드 지도자들에게 연결해주고 있다.(1991년 5월4일 지도자 강천) 단군할아버지는 이 총장을 통해 지도자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주로 민족정신을 강조하면서 단학수련을 독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천년의 모진 풍파를 견디어온 나의 자손들아. 너희들이 인내하여 참고 살아온 기나긴 세월은 이제 끝나는 운세가 되었구나.…너희가 받은 고통이 오히려 너희를 성장시키어 세계 민족 중에서 어른이 되었구나.…너희는 어찌 한민족임을 잊고 사는가. 너희 피는 누구의 피더냐. 너희들 속에 흐르는 피는 핏줄도 조상줄도 없는 것이냐.…너희가 하는 단학이라는 수련법은, 내가 하늘에서 알려준 심신수련법이니라. 내가 너희에게 알려줄 것이 많다. 너희는 목숨을 바쳐 실천하라.”(1997년 3월9일 회원교육 강천)
단월드에서는 일지문중 외에도 ‘식구’라는 개념을 쓴다.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지문중의 일원임을 과시할 때는 어김없이 등장한다.(괄호는 제자들의 답변)
“나는 몇 살 때 처음 여자를 알았고 나는 남자를 알았고 나는 몇 살 때 생리를 했고. 이것을 쫙 자기 몸에 대한 부분부터 서로가 얘기를 하면 가까워지겠어요, 안 가까워지겠어요? (가까워집니다.) 그렇게 될 때 신뢰가 생기고 보호해줘야 되겠고 그런 거야. 여기에 착각에 빠지지 않고, 너무 적나라하게 다 알아볼 필요가 있는 거야. 식구인데.”(1995년 3월12일 강천)
25평짜리 수련장에서 시작된 단월드는 그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주식회사를 설립한 지 20여 년 만에 전세계에 수십 개 영리기업을 세웠고 여러 개의 비영리 시민단체와 교육기관을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단월드에서는 흔히 ‘BR그룹’이라는 이름을 쓴다.
BR그룹
먼저 국내 계열사를 보면, 이 총장의 저서들을 출간해왔으며 이 총장의 부인인 심정숙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출판사 한문화멀티미디어, 각종 수련물품을 제작 판매하는 유통전문기업 HSP라이프(구 썬물산), 명상여행사, 글로벌 교육컨설팅 기업인 HSP컨설팅 유답, 인터넷 쇼핑몰인 HSP몰, 두뇌개발 전문교육기업인 BR뇌교육(HSP라이프에 통합), 장례전문기업 천화상조, 교육 콘텐츠 기업인 브레인피아 등 영리기업이 있다. 또 건강의료기관인 브레인HSP센터(구 BR건강센터)와 BR한의원, 전국 30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BR유치원연합회, 단태권도, 단무도 등도 있다. NGO인 사단법인 국학원, 홍익문화운동연합, 전국단학기공연합회, 세계지구인평화운동연합도 사실상 단월드의 계열 법인이며 이 총장이 깨달음을 얻은 모악산 천일암과 교육기관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천모산유기영농조합 등도 ‘BR그룹’의 계열사로 운영되고 있다. 주로 VIP들을 상대로 하는 것으로 알려진 철학관 ‘자미원’도 단월드의 계열 회사이며 천안의 국학원 등 단월드 관련 건설을 도맡아 해온 한세계종합건설은 최근까지 이 총장의 동생인 이OO(48·현 한문화멀티미디어 감사)씨가 대표를 맡았던 곳이다.
단월드는 미국, 일본 등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에는 이 총장의 부인인 심정숙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CGI 홀리스틱 휘트니스센터(1998년 설립), 2006년 구입한 아너스헤븐(Honors-Haven) 리조트·스파(구 Fallsview LLC 호텔), BR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라 할 수 있는 BR컨설팅, 단월드 본부 격인 세도나 명상센터가 있다. 일본 나고야에는 이세연수원을 운영 중이며 2007년 구입한 캐나다의 HSP랜치 명상센터는 규모가 500만평(4000에이커)에 달한다. 한 전직 지도자는 “캐나다의 HSP랜치 명상센터를 구입할 당시 지도자들이 상당히 많은 기부금을 냈다. 단월드 본사에서는 지도자들에게 최소 100만원씩을 내도록 했다. 돈이 없는 지도자들은 빚을 내서라도 이 돈을 마련했다. 나도 본사에서 100만원을 대출받아 기부금을 냈다. 본사에서는 매달 대출금을 갚아가는 식으로 돈을 빌려줬고 빌린 돈은 모두 본사에 기부됐다. 당시 내 월급은 70만원 정도였다. 단월드와 이 총장이 캐나다 HSP랜치에 대해 ‘천지개벽이 일어나면 지도자들이 모여서 생활할 곳이다. 모두 너희들의 땅이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단월드는 전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국제 행사도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09년으로 5회를 맞은 ‘브레인HSP올림피아드’다. 이 총장이 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뇌과학연구원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학생들의 초능력과 투시능력 등을 평가하는 국제대회로 알려져 있다. 특히 4, 5회(2008, 2009년) 행사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에서 개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 2부 ‘선불교와 종교 논란’
“센터의 핵심 제자가 12명만 있으면 그 센터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핵심 제자를 12명도 양성하지 못하는 원장이라면 밥값을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핵심 제자 12명은 신명군단이 돼야 한다.…어차피 세상을 구하고 사람을 힐링하는 것은 선불교에서 하건 단월드에서 하건 차이가 없다. 그리고 기능적으로 볼 때는 종교적인 차원에서 세상을 구제하는 일이 훨씬 쉽다. 영리법인은 한계가 있다. 세금을 계속 내야 하고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작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냐하면 영리법인은 소유하는 것 때문에 소유세를 내는 것이다.”(2009년 8월 17일 한국 지도자 강천)
단월드는 설립 초기부터 종교 논란을 불러왔다. 단군사상을 숭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의 종교적 성격이 기(氣) 수련단체보다는 종교단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특히 1998년 이 총장이 설립한 홍익문화운동연합(구 한문화운동연합)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단군상을 건립하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종교 논란이 본격화했다. 홍익문화운동연합의 제1기 단군상은 경남 밀양시 동강중학교에 건립됐다.(1998년 11월)
단월드와 관련된 종교 논란의 중심에는 이 총장의 법통제자인 손정은(1970년생, 선호 ‘만월’)씨가 교주(도전)로 있는 선불교가 있다. 선불교는 단월드의 정신이기도 한 단군사상을 교리로 채택하며 만들어진 민족종교로 충북 영동에 총본산(‘불광도원’)을 두고 있다.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 등이 주요 경전이다.
현재 이 총장과 단월드 측은 종교논란에 대해 “단월드와 선불교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우종무 단월드 대표 인터뷰 참조) 이 총장도 단월드의 종교화 가능성에 대해 격한 어조를 써가며 여러 차례에 걸쳐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나를 포함해서 누구든 교주 행세를 할 때 단학선원은 끝입니다. 그것으로 막이 내려지며 막 뒤에서 온갖 암투가 벌어질 것이며 새로운 탈을 쓴 단학이라는 사이비 종교가 탄생할 것입니다. 단학이 종교가 되고 교주를 만들어낼 때 그것으로 단학의 생명은 끝입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단학을 통해 종교를 만들고 단학을 통해 교주 노릇을 하려는 자는 그 누구든지 사기꾼입니다.…다시 한번 못 박지만 앞으로 그 누구든지 단학을 종교로 만들고 교주 행세를 하려는 사람은 절대 진리의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사기꾼입니다. 그런 사람을 경계하십시오. 그는 여우 같은 사람입니다.”(‘단학인’ 102~103쪽)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불교는 단군을 모시는 종교다. 단군사상의 핵심인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교리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단군의 현신인 ‘불광선인’을 영적인 존재로 모신다. 조만간 ‘불광선인’이 나타나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논리 구조다.
만월의 대선사 취임
선불교 측에 따르면 도전인 손씨는 하늘의 성품을 깊이 공부하던 중 단군의 계시를 받았다. 수행을 하던 중 마지막 단군인 47대 고열가 단군이 손씨를 직접 찾아와 “진리의 품 안에서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라”고 전했고 그 직후부터 21일간 먹지도 자지도 않는 수행과 수련에 들어갔다. 고열가 단군을 만난 다음 날 손씨는 눈앞에 있던 큰 산으로부터도 “나처럼 산이 되지 말고 말하는 힐러가 되어라.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내면의 의지를 믿어라. 너는 모든 것을 갖추었다. 너는 이제 세상을 치유하는 힐러가 되어라”라는 목소리를 들었고 하늘이 함께 하심을 확신하게 되었다. 손씨는 현재 선불교 총본산인 충북 영동의 불광도원 국조전에서 단군의 현신체이자 단군이 이루지 못한 이화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하느님이 우리 민족에게 내려 보낸 불광선인의 메시지를 ‘천손’(선불교에서는 신자를 이렇게 부른다. 하늘의 자손이라는 뜻이다)들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손씨는 2000년 8월 유엔이 개최한 세계영성지도자 대회와 2002년 6월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한 바 있다.
선불교의 창교일은 1994년 11월이다. 선불교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때는 손씨가 처음으로 ‘발심’, 즉 뭔지 모를 기운에 이끌린 날이다. 그 기운의 정체가 홍익인간 이화세계이며 당시 손씨를 이끌었던 기운의 주인이 단군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는 것이다. 선불교는 이로부터 8년 뒤인 2002년에 가서야 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됐다.
현재 법적으로 선불교를 대표하는 사람은 단월드 출신 인사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시민단체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의 대표인 이OO(62)씨다. 재단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선불교의 대표권한은 현재 이씨 한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다. 단월드에서 선불교는 ‘피닉스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선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인 손씨는 단월드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손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2년까지 대전과 서울 영등포 등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단월드 지도자 전용 내부 커뮤니티인 ‘짠(JJAN)’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월드 직원 정보에 따르면 손씨는 일반지도자 33기로 단월드 지도자로 입문했다. 2009년 7월경 단월드 최고 지위인 ‘대선사’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손씨는 2009년 9월5일 단월드가 운영하는 천안 국학원 홍익당에서 대선사 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국의 단월드 1급 지도자 700~8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취임식에서 손씨는 “스승님(이 총장)께서 이제 제자의 시대를 열어주셨다. 일지문중의 제자들은 모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한 단월드 지도자들은 손씨에게 존경의 3배를 올리며 그의 대선사 취임을 축하했다.
원래 대선사는 이 총장이 맡고 있던 단월드 최고의 직책으로 단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리다. 손씨가 대선사에 오른 이후 이 총장은 대선사 지위를 내려놓고 총장 혹은 스승으로만 남게 됐다.
손씨가 대선사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단월드를 움직여온 이 총장의 ‘법통’이 공식적으로 손씨에게 이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월드의 한 현직 지도자는 “손씨는 대선사에 오른 이후부터 이 총장을 대신해 BR그룹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월드와 이 총장 측은 지금까지 줄곧 선불교와 단월드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사실 선불교의 전신인 ‘불광도원’을 처음 만든 사람은 이 총장 자신이었다. 확인 결과 선불교 총본산이기도 한 ‘불광도원’의 상표와 디자인을 처음 특허신청한 사람은 이 총장이었다. 이 총장은 2001년 10월 선불교의 상징으로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는 ‘진공묘유(眞空妙有)’와 ‘불광도원’이란 상표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 등록했고 2년 뒤인 2003년 10월 등록료를 미납하면서 권리를 상실했다. 이 총장이 권리를 상실한 뒤 같은 이름과 문양의 상표권은 재단법인 선불교에 넘어갔다. 선불교가 상표권을 확보한 것은 2004년 5월의 일이다.
단월드와 선불교가 사실상 하나의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이외에도 많다. 우선 재단법인 선불교의 임원들이 대부분 현직 단월드 간부라는 점이 눈에 띈다. 확인 결과 선불교 이사인 신OO(선호 ‘가야’)씨는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홍보이사를 맡고 있고, 이사 이OO(선호 ‘영지’)씨는 이 총장이 원장으로 있는 한국뇌과학연구원 이사(부원장), 2004년 4월 이사를 사임한 김OO(선호 ‘명아’)씨는 현재 일본 단월드 대표를 맡고 있다. 단월드 대표이사를 지냈고 현재 사내이사로 활동 중인 류OO(선호 ‘지암’)씨는 선불교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선불교 대표인 이OO씨는 확인 결과 단마스터를 마친 단월드의 현직 2급 지도자였다. 이씨가 이 총장으로부터 받은 선호는 ‘면암’이다.
선불교가 사실상 단월드의 자회사라는 사실은 이 총장도 인정한다. 이 총장은 최근 한 강천에서 “선불교는 감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고 큰 원리와 비전에 의해서 종합계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단월드 회원 관리를 도와주기 위해 만든 것이 선불교”라고 말해 단월드와 선불교의 관계를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2009년 8월17일 한국 지도자 강천) 현재 선불교(피닉스밸리) 직원들에 대한 인사도 단월드 본부가 하고 있다.
신명군단
선불교는 여타 동양종교가 그렇듯이 다양한 종류의 ‘천도재(薦度齋)’를 운영하고 있다. 천도재는 돌아가신 분에게 하늘의 법을 전해주는 의식인데 방식이나 의미 모두 불교나 유교 등과 비슷하다. 선불교 측은 천도재에 대해 “하늘의 큰 법과 원리를 전함으로써 생전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한을 풀어주고 그들을 선한 영으로 변화시켜 인간 본연의 하늘 성품이 바르게 자리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의식이 천도재다.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고인에게 드리는 최고의 선물이며 조상들에게는 가장 큰 효를 행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선불교에서 운영 중인 여러 형태의 천도재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천광인제’와 ‘신명의례’다. 일단 이 두 제의식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5000만원짜리 천도재인 천광인제는 ‘4대 가문’, 즉 나를 기준으로 부계와 모계의 직계 조상의 명복을 빌어주는 제사다. 조상의 숫자는 상관이 없는데, 통상적으로는 부모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한민족의 조상인 한웅까지 이어지는 모든 조상의 복을 빌어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1억원이 드는 ‘신명의례’는 선불교에서 행해지는 천도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특히 신명의례를 치른 천손은 선불교를 이끄는 핵심조직인 ‘신명군단’이 될 자격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선불교에 따르면, 신명군단은 한마디로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신인합일의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이며 ‘국교부활을 위한 영적 지원군단’이고 ‘신명시대를 열어가는 민족의 호위부대’다. 신명군단에 대해서는 BR그룹의 영적 지도자인 이 총장도 여러 번 자신의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신명군단은 진리에 하나 되는 사람이다. 홍익인간의 비전을 이루겠다는 도인들의 수준이라고 나는 보는 것이다.”(2009년 8월17일 한국 지도자 강천, 뉴욕)
그런데 신명군단의 필요인원에 대해서는 스승인 이 총장과 제자인 손씨의 입장이 조금 달라 눈길을 끈다. 스승인 이 총장이 2009년 8월17일 강천에서 “신명군단이 한 3600명은 나와야 된다”고 강조하는 반면 제자인 손씨는 “선불교에 내려온 사명이 신명군단 360명의 발굴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2008년 4월 금단회 임원진 모임) 선불교의 한 신자는 “지금까지 신명의례를 한 사람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불교는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천도재를 운영하고 있는데, 불교에서 하는 49재와 같은 의미를 갖는 대효제(大孝祭), 낙태아를 위한 천동제(天童祭), 무연고 무명영가들을 위한 선덕제(善德祭) 등이 있고 조상 한 명당 50만원씩 받고 올리는 천도재도 있다. 한 선불교 신자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천도재의 경우 원래는 500만원(조상 10명)이 가장 작은 단위인데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300만원(조상 6명)을 최소 단위로 재를 올리기도 한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조금씩 돈을 모아 합동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액이 큰 천광인제와 신명의례의 경우 손정은씨가 충북 영동에 있는 불광도원에서 직접 재를 올린다.
사실 선불교의 천도재는 단월드에서도 광범위하게 운영되던 것이다. 선불교가 만들어지기 전 단월드가 운영 중인 수련원 ‘천화원’에서 지냈던 천도재가 그대로 선불교로 넘어갔다. 전·현직 단월드 지도자들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도 단월드에서 핵심 회원들과 지도자들이 천도재를 지냈는데 지금처럼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1000만원짜리 천도재로 통일되어 있었으며 당시 모든 제사는 천OO(2000년경 단월드를 그만둠)씨와 천씨의 뒤를 이은 손씨가 지냈다. 선불교가 단월드의 천도재를 도입,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불교를 믿는 ‘천손’들은 대부분 집이나 사업장에 신자임을 표시하는 신표를 구입해 걸어놓는다. 신표는 천손임을 증명하는 증명서, 일종의 주민등록증이다. 지갑에 넣어 다닐 수 있도록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 개인신표도 있다.
가정신표, 사업장신표
가로 세로 30×40㎝ 정도 크기의 액자인 가정신표는 100만~150만원에 팔린다. 명함 크기의 개인신표 여러 장이 붙어있고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작은 그림이 한쪽을 채우고 있다. 한 선불교 신자는 “가정신표는 신용불량자들도 대부분 구입해 걸어둔다. 가정신표를 사지 않은 천손은 법회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는 천손들을 위한 사업장신표도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가격은 무려 1500만원. 가로 세로 모두 1m 안팎으로 큰 크기인데, 한쪽에는 개인신표 수십장이 붙어 있고 또 다른 쪽에는 가정신표보다 큰 기하학적인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다. 크기만 커졌을 뿐 가정신표와 모습이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림은 교주인 손정은씨가 그린 것을 판화로 만들어 찍어낸 것인데 선불교에서는 이를 방운도(放運圖)라고 부른다. 방운도는 깊은 명상에 잠긴 손씨가 하늘의 기운을 받아 무의식 속에서 그린 그림이라는 게 선불교 측의 설명. 일종의 부적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업장신표를 사는 천손에게는 단월드가 운영하는 캐나다 HSP랜치(명상센터)를 공짜로 갔다 올 수 있는 특전도 주어진다. 단월드 계열사인 명상여행사에서 요즘 이 여행상품을 370만원(성수기 기준)에 팔고 있으니 25%가량의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2007년 사업장신표를 구입한 뒤 캐나다를 갔다왔다는 한 선불교 신자는 “당시 사업장신표를 구입한 21명이 같이 갔다. 만월도전도 같은 비행기를 탔다. 일본, 홍콩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일정 중엔 이 총장의 강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월도전은 ‘스승님이 우리를 위해 이 곳까지 친히 오셨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손씨는 이 총장이 강천을 하는 내내 고개도 들지 못하고 감격에 겨워 흐느꼈다. 만월도전은 이 총장이 중고 트럭을 하나 사와서 제사를 지낼 때도 ‘아무것도 아닌 중고차 한 대를 저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스승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더 좋은 것을 사드리지 못하는 내가 정말 제대로 된 제자인가’라며 한탄했다”고 말했다.
사업장신표를 구입하는 사업가들은 자동적으로 ‘금단회’란 모임의 회원이 된다. 금단회는 말하자면 선불교를 믿는 경제인의 모임이다. 금단회는 현재 자체 인터넷 카페도 운영하고 있는데 보통 1년에 3~4차례 교주인 손씨가 직접 주재하는 기도회를 갖는 특혜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선불교 신자는 “금단회 모임 때는 주로 황금실타래수행, 황금그물수행을 했다. 이 수행은 가만히 앉아 만월도전의 얘기를 들으면서 하늘에서 내려주는 황금으로 만든 실타래나 그물을 백회(정수리)로 받는 기운을 느끼는 수행이다. 일종의 돈벼락을 맞는 기분을 느끼는 것인데, 머리에 받는 것이 뭐냐에 따라 황금실타래가 될 수도 있고 황금그물이 될 수도 있었다. 그건 자기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손씨는 2008년 4월 금단회 임원진 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선불교를 창교하고 처음에는 재를 많이 지냈어요.…몇 년 정도 천도재를 하면서 영적인 부분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수습이 됐을 적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만든 것이 신명군단이라는 사명이에요.…그러면 이제 때가 됐다. 그래서 현상계를 움직여야 되겠다. 그런데 이게 마음먹은 것이 내 마음이 아니라 하늘이 허락한 마음이라는 거죠. 하늘이 이제 ‘현상계를 움직여라’라는 그런 마음을 저한테 주셨어요. 그리고 시작하게 된 것이 금단회입니다.…그렇게 해서 사업장신표 ‘방운도’라는 이름으로 처음에 시작을 했고요. 그리고 금단회라는 이름을 쓰게 됐고 벌써 금단신표를 구입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해서 캐나다 명상여행까지 다녀왔습니다.”
선불교 신자들에 따르면 선불교는 가정신표, 사업장신표 등 매출이 발생할 경우 매출액의 3%를 당사자나 포교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인센티브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돈을 받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신자들의 설명. 이 돈은 대부분 선불교에 재기부하는 식으로 처리된다고 전해진다.
선불교는 매달 한 번씩 충북 영동에 있는 총본산 ‘불광도원’에서 철야기도회를 연다. 날짜는 매달 달라지는데 대략 셋째 주 주말에 많이 한다. 기도회의 이름은 ‘뜻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기적의 철야용신기도회’다. 보통 밤 11시경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진행하며 행사가 끝나면 참석자들은 불광도원 곳곳에 마련된 숙소에서 잠을 자거나 각종 모임을 갖고 다음 날 오전에 해산한다. 2009년 8월22일 기자는 제23차 ‘기적의 철야용신기도회’에 참석했다.
기적의 철야용신기도회
충북 옥천에서 영동으로 가는 4번 국도를 따라가다 만나는 약목사거리에서 우회전해 505번 지방도를 20분 정도 더 달리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선불교의 총본산 불광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야기도회가 예정된 시간은 밤 9시30분이었지만 저녁 8시를 넘어가자 이미 불광도원 입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관광버스 10여 대가 줄을 지어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승용차도 많았다. 5~6명의 주차요원이 바쁘게 움직였다.
본관인 국조전은 물론이고 매점 격인 신시촌, 기도처인 대천궁은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선불교 청년회 회원들은 국조전 입구에 천막을 설치해놓고 신도들에게 삶은 옥수수와 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10여 명의 청년회 회원이 국조전 입구에서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선보여 흥을 더했다.
국조전 입구의 안내판에는 철야기도회를 알리는 안내문과 함께 이런저런 소식도 붙어 있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설치했다는 안내문이 있었고 두 건의 ‘천광인제’와 한 건의 본성제(1000만원짜리 가문천도재)를 알리는 광고도 있었다. 천광인제가 열리는 곳은 국조전 2층에 있는 정심당이었다. 선불교 신도들이 결성한 국조사랑연합회가 2002년부터 건립을 추진해 2006년 3월19일 개원한 국조전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되어 있으며 건축총 면적은 4506m²에 달한다.
철야기도회는 국조전 3층 ‘천궁’에서 열렸다.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기자는 800명가량의 신도들과 함께 천궁에 들어갔다. 진행요원들이 신도들에게 신발을 넣을 수 있는 비닐봉지와 헌금을 담을 종이봉투를 나눠주고 있었다. 천궁 안에는 줄을 맞춰 자리를 잡고 앉아 진행자의 주문대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열을 이탈해 천궁 주변 벽에 등을 기대고 자리를 잡는 사람도 여럿 보였다. 기자는 대열을 이탈한 사람들 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천궁은 한 번에 1000명 이상 앉을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웅장했는데 천궁의 중앙에는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있는, 높이 4m 폭 4.5m 크기의 금빛 불광선인상이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신도들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불을 밝힌 작은 크기의 신불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매달 한 번씩 천궁에서 열리는 신불봉안식을 통해 천궁에 모셔진 것들이라는 게 선불교 측의 설명.(선불교 홍보실장 인터뷰 참조) 신불의 크기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데 보통 100만~300만원이며 500만원짜리를 봉안했다는 사람도 있다. 현재 천궁에는 신불 총 1만2000개가 모셔져 있다.
기도회 시작시간인 밤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입심이 좋은 진행자가 북을 들고 나와 800명 가까운 신도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게 했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대중가요를 주로 불렀는데 단월드에서 운영하는 수련프로그램인 ‘천화심성수련’에서도 많이 부르는 노래인 가수 노사연씨의 ‘사랑’이 여러 번 나왔다. 사전행사는 참석자들이 2개의 원을 만든 뒤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천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기차놀이를 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뱃놀이 가잔~다’라는 가사가 계속 반복되는 노래를 부르며 신도들은 열심히 기차대열을 유지한 채 천궁을 돌아다녔다.
본격적인 철야기도회는 밤 11시를 넘겨 시작됐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되고 한참 지나도록 도전인 손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자는 신도들에게 “곧 도전님이 우리 곁에 오실 겁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신도들은 본 행사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감고 명치 아래를 두 손으로 때리며(일명 ‘단전치기’) 머리를 도리도리 돌리는 뇌파진동을 계속하며 손씨를 기다렸다. 방식은 단월드 수련 때와 똑같았는데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수련 중 따라 하는 말이 ‘뇌파진동 천부경’이 아닌 ‘불광신명 천부경’으로 바뀐 정도였다. 한 시간 정도 단전을 치고 나니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이어 연단에 등장한 손씨는 신자들이 더욱 열심히 단전치기를 하고 뇌파진동을 느끼도록 독려했다. 손씨의 목소리는 약간 허스키했다. “더 세게, 더 세게, 모든 걸 내려놓으세요.”
손씨의 한법(선불교에서는 손씨의 설교를 그렇게 부른다)은 새벽 1시경 시작됐다. 먼저 신도들은 손씨에게 존경의 3배를 올렸고 선불교의 경전인 81자로 된 ‘천부경’을 느리게 읽었다. 이날 손씨는 2009년 안에 철야기도회에 1000명 이상의 천손이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이미 신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손씨에게 드리는 3배로 모든 행사는 끝이 났다. 이날 처음 철야기도회에 온 사람은 전체의 5분의 1 가량인 150명 정도였다. 진행자는 이들이 지난 한 달간 새롭게 선불교에 입문한 천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환영하는 박수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기자는 기도회 중간 중간 행사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진행요원으로 보이는 선불교 측 관계자로부터 경고를 받고 카메라를 압수당했다. 관계자들은 “우리 종교에 대한 안티가 워낙 많아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도전님의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사진을 찍어 악의적으로 편집해 인터넷에 올리고 사진을 유포하는 사람들이 많아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에야 기자는 카메라를 돌려받을 수 있었고 찍은 사진 중 일부는 관계자가 보는 앞에서 지워야 했다.
▶▷ 3부 ‘로열티와 부동산’ “강력하게 여러분들이 일지파워를 갖고 기도하면서 이것이 바로 회원 관리하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될 거다.…뺏지도 딱 달고 다니고 책에도 붙이고 차에도 붙이면 사고가 나더라도 딴 사람은 죽어도 나는 덜 다칠 거야. 그러면 일지파워가 뭐냐고 물어보면 ‘이거 비싸지도 않아. 이거 가지고 이거 붙이면 재앙이 물러가고 공부 안하는 애들 공부도 잘한다. 그러고 복이 들어온대. 병이 낫고.’ 낫고 안 낫고는 두 번째 문제고 붙여보고 싶고 붙이다보면 애착심이 생기는 거야.”(1991년 6월22일 법사모임 강천) 취재 도중 만난, 단월드를 떠난 전직 지도자들 대부분은 단월드를 떠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들은 단월드와 이 총장이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15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기본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는 월급을 받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먼저 지도자들의 경우를 보자. 대부분의 단월드 지도자들은 일반 회원으로 시작해 교육과정을 거쳐 지도자에 오른다. 정식지도자가 되기 전인 명예사범부터 사실상 직업지도자로서 활동하게 되는데 이 시기의 월급은 10만~15만원 정도다. 기본적인 교통비 정도만 주어진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명예사범들은 ‘무조건’ 센터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게 관례 아닌 관례로 되어 있다. 한 전직 지도자는 “명예사범이 되면서 예비지도자 대부분은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둔다. 나도 군대를 제대한 후 복학을 포기하고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부원장이던 2005년경 다니던 대학에서 제적을 알리는 통지가 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단월드에서 뼈를 묻을 생각인데 대학이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명예사범 기간은 대략 6개월에서 1년가량 이어진다. 그러다가 충북 영동에 있는 단월드 지도자 교육기관인 ‘천화원’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은 뒤 센터 부원장을 거쳐 원장에 오른다. 천화원 교육 도중 예비지도자들은 ‘3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순결서약서에도 서명을 해야 한다. 회원-예비사범-지도자(부원장, 원장)로 이어지는 교육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상당수 지도자가 평생회원(450만원)으로 등록하거나 마스터 힐러(2000만원) 같은 고액의 수련프로그램을 이수한다. 부원장이 되면 매달 60만~8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원장이 되면 부원장 때보다 10만~15만원가량을 더 받는다고 한다. 지도자는 보통 오전 6시 이전에 출근해 밤 12시 넘어서 퇴근을 하는데 상당수 지도자들은 집에 가지 않고 센터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한다. 한 전직 지도자는 “예전에는 명예사범, 부원장은 집에 아예 못 가게 했다. 나도 센터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가량밖에 되지 않았는데 10개월간 집에 못 갔다. 가려고 해도 갈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운영되는 단월드답게 지도자들이 받는 월급은 조직 내에선 스승이 제자에게 준다고 해서 ‘장학금’이라 한다. 지도자들은 매달 본사로부터 비전을 받는다. 쉽게 말하면 목표 실적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단월드 센터들은 한 달에 2000만~2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도록 비전을 받는데 많은 지도자가 이것을 맞추기 위해 허덕이는 생활을 한다. 취재 중 만난 많은 전·현직 지도자는 “실적을 못 올리는 지도자는 직급이 강등되거나 낙오자로 찍혀 원치 않는 곳으로 쫓겨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기 돈을 내서 비전을 채우는 지도자도 많다”고 전했다. 한 현직 지도자는 “월말이 되면 회원이나 내 카드를 긁어 선매출을 잡아놓곤 했다. 본부에서는 지도자들이 그렇게 하도록 부추긴다. 그러다 보니 계속 빚이 쌓인다. 그래도 회원들에게 지도자 대접을 받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 기분에 지도자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돈 문제는 지도자 개인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많은 고통을 안겨준다. 취재 도중 만난, 현재 두 딸이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힌 70대의 한 전직 대학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 “미국에 있는 딸에게서 종종 돈을 보내달라는 연락이 온다. 영주권을 받아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몇 년 전에는 1000만원가량을 보내기도 했다. 교통사고 합의금이 필요하다거나 단센터를 프랜차이즈로 운영할 돈이 필요하다며 수시로 돈을 부탁하곤 한다. 5000달러, 어떤 때는 1만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얼마 전 미국에 있는 딸들이 한 달에 600달러가량의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비전이라 불리는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융통해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의과대학을 나와 의사의 길을 준비하던 딸이다. 갑자기 집을 나가 단월드 지도자가 된 딸만 생각하면 지금도 억장이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단월드 측은 답변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단월드는 지금까지 25년 동안 내부 감사가 없는 조직으로 운영되어왔다. 정직, 성실, 책임감이 지도자의 3대 덕목이다.…그러나 3대 덕목을 지키지 않고 본인의 잘못을 숨기고 고질적으로 잘못을 반복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기업에서의 평가 중에 하나가 경영평가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그런 거짓된 행위를 하는 사람은 징계를 받고 있다. 안티행위를 하는 퇴직자 가운데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것을 본인의 개인적 잘못이라 반성하지 않고, 기업의 문화나 풍토인 것처럼 해서 자신을 피해자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또한 어떤 기업에나 있는 일이지만, 홍익정신을 표방하는 정신문화기업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므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 내부의 상황과 기업 내부 감사의 내용에 대해서 언론이 관심을 가질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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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베스트 기사네요 신입들이 정성들여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