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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호 신동아 ㅡ 이승헌 대선사 유언장 공개
한 세상 잘 놀다가 갑니다.
철이 되어 허물을 벗고 새 옷 입고 새로운 여행을 떠납니다.
삶의 저편이 죽음이라면 저편에서 본 이 생의 삶은 생이라는
이름의 죽음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올 땐 왜 왔는지 밀려 왔습니다.
갈 땐 밀려가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의 소망에 따른 원력(願力)에 의한 마감일 뿐입니다.
나의 역할이 끝났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 뿐입니다.
죽음에의 두려움은 없습니다.
두려움은 미지(未知)의 산물입니다.
나는 죽음 다음의 생을 새로운 시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생을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전파했습니다.
사람사랑, 지구사랑 하자고 했습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더불어 잘 놀면 된다’고 말하고
또 말했습니다.
말만 하지 않았습니다. 행동했습니다.
깨달음은 선택이라 했습니다.
선택한 이상 책임지고 수련하고 그리고 행동했습니다.
더불어 잘 지내는 운동을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자연, 허공과 놀았습니다.
해님과도 달님과도 별님과도 놀았습니다.
구름과도 놀았습니다. 바람하고도 놀았습니다.
잘 놀았습니다.
정말로 재미있게 오손 도손 잘 놀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 지구에 왜 왔는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알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한동안 세상도 잊고 가족도 잊고 깨달음에 몰두하게 했습니다.
인생의 의문을 풀고 난 후에는 큰 사명감에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소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지구에 속해 있는 지구인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은 깨달음의 수련장입니다.
나는 나 자신의 생명과 내가 깨달은 의식에
충실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나에게는 어떤 것을 소유하는 것보다 나와 내 생명을
어떻게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는가
가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쉽지만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삶을 온전히 그 일을 위해서 사용했고
그냥 노력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 삶이
쓰여질 유일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제일 큰 깨달음은 나는 이 지구를
킬링(Killing)하러 온것이 아니고 힐링(Healing)하러
왔다는 것입니다.
이왕에 이 지구에 왔으면 살아 있는 동안
이 사회와 지구를 힐링하고 가자는 것이 나의 깨달음의
요체였고 내 삶의 전부였습니다.
이것을 알리자고‘단학선원도 새천년평화재단도 설립했습니다.
내 평생 심혈을 기울여 가꾸워 온 단학선원,
내가 관리하던 300여개 단학선원의 경영권은 제자들에게,
재산은 비영리법인인 학교법인에 기증했습니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지만
내가 하던 일을 넘겨 줄 대상이 있다는 게 세세토록
감사해야 할 축복으로 여깁니다.
이제 내 먼저 떠나지만 내가 한 많은 일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오래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온 곳도 갈 곳도 없다지만 나는 갈 곳이 있습니다.
단학의 세계본부가 있는 미국 아리조나주의 세도나에 있는
벨락(Bell Rock)입니다.
내 영혼은 그곳에서 100년 동안 머물며 내 제자들을
기다리려 합니다
일지 이승헌 대선사
신동아 2001년 2월판